이러한 역사 속 흐름에 따라 가지록은 치노팬츠를 현대 복식의 기본으로 보아 가장 먼저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임에도 그 속의 핵심인, 다양한 상황에서 입을 수 있는 "범용성"과 군복의 뿌리에 충실한 “내구성”,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동안 변해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갈수록 진화할 요소"를 담으려 했습니다.

치노 팬츠란 이미 면화로 직조된 능직 원단으로 만든 팬츠를 의미하기 때문에 원단을 제쳐두고 “범용성”을 위해 옷의 실루엣, 즉 패턴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의 고증과 활동성을 보장하면서 두루두루 입을 수 있는 실루엣을 찾기 위해 긴 시간 다양한 아카이브를 연구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높은 밑위에 강한 테이퍼드 핏을 적용한 가지록의 "High Waist Chino Pants"가 탄생했습니다.

높은 밑위는 편한 착용감을 선사합니다. 상의를 넣어 입으면 고전적인 느낌을, 빼는 경우에는 격식 없고 편한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취향에 따라 딱 맞은 사이즈는 배꼽까지 올려 고전적이게, 큰 사이즈는 의도적으로 내려 입어 편안한 실루엣으로 입으실 수 있습니다. 넓은 허벅지에 비해 좁아지는 테이퍼드 핏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의 밑단 너비를 제공함과 동시에 추가적으로 롤업을 했을 때 잡히는 주름은 “핀 롤업”(pin roll)을 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디테일을 들여다본다면 40년대 미군 치노가 그러했듯 전면부의 슬래시 포켓과 후면부의 더블 웰트 포켓의 형태를 유지하였고 포켓 밑까지 내려오는 깊은 다트를 잡아 편한 높은 밑위를 가능케 했습니다.

인심(Inseam)과 아웃심(Outseam)에는 모두 쌈솔의 일종이며 니혼바리라 통칭하는 “Double Needle Flat Felled Seam” 방식으로 마감했습니다. “Double Needle Flat Felled Seam” 방식은 두 개의 바늘이 달린 봉제기로 한 번에 말아 감기 하여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보통은 청바지 등에 가장 많이 쓰이는 디테일로 생산 난이도로 인해 보편적으로는 인심 혹은 아웃심 한쪽만 해당 봉제로 봉제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두 개의 봉제선은 내구성의 이점도 있지만 착용과 세탁, 건조를 반복함에 따라 자연스러운 퍼커링을 기대할 수 있어 오랜 시간 그 변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내구성이 당연히 최우선 순위의 조건이지만,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요소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단 역시 다양한 원단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직조한 "Peruvian Pima Cotton"을 선택하였습니다. 이 "Peruvian Pima Cotton"은 페루 북부의 햇볕이 잘 드는 해안 계곡이라는 완벽한 재배 조건에서 생산된 섬유를 사용해 일본에서 직조됩니다. 일반 면화보다 장섬유로 직조된 원단은 바스락거리는 질감과 부드러운 촉감에 자연스러운 광택, 탁월한 내구성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 착용과 세탁에 광택이 점점 줄어드는 자연스러운 경년변화를 즐길 수 있어, 가지록의 치노팬츠 원단으로써 제격이었습니다. 한편 단추는 도쿄에서 제작한 버팔로 뿔 단추를 사용하였습니다. 고급스럽지만 튀지 않는 색감을 갖춰 바지의 완성도를 올려줍니다.

다양한 실험과 깊은 고민을 통해 탄생한 가지록의 "High Waist Chino Pants". 튼튼한 내구성과 편안한 착용감에 유행 타지 않는 담백한 디자인으로 여러분들의 옷장 속 다양한 아이템과 자연스럽게 매칭되리라 예상합니다. 경험해 보시고 오래 즐기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